부치지 못한 편지 모음

부재자 귀중

ΔΘ에게

오랜만에 쓴다. 평안(平安)하기를

잘 지내는지. 서울보다 추운 곳으로 이사를 갔으니 벌써 두터운 외투가 필요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시사철 여름인 이곳에서는 달리기만큼 만만한 취미가 없다. 얼마전에도 저녁을 미루고 밖으로 나섰다. 사실 단지 밖으로 나서기엔 꽤 늦은 시간이었다. 석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늑대 눈동자처럼 검푸른 어둠이 이미 건물이며 나무를 반쯤 먹어치운 뒤였다.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히며 거리가 밤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밤에는 뛰지 않는다. 안경을 벗고 달리다보면 어둠 속에 웅크린 가로등조차 분간이 어렵다.

이어폰을 벗고 뛴다 해도 달리는 자동차를 알아채기는 불가능하다.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고 차가 속도를 줄이는 동네가 아니니까.

밖은 더 위험하다. 엉성한 콘크리트 포장길은 군데군데 끊어지기 일쑤다. 내쫓긴 건지 도망친 건지 알 수 없는 개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풍경은 느긋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중 한 마리가 내 앞을 가로막거나 인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면 오금이 저린다.

계약 해지를 전달하는 이들은 언제나 차분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직까지는 내게 해고를 통보한 후 나와 동시에 회사를 떠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실은 나를 쳐냈기 때문인지 승승장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서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 내쫓겨 나앉은 곳이 어디인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도 두려울 것 없던 내가

올해 초겨울, 친구들시험에게